2026-07-23

레이저 마킹기와 PLC는 어떻게 대화하는가

레이저 마킹기와 PLC는 어떻게 대화하는가

NPN과 PNP, 그리고 릴레이 — 자동화 라인 신호 연동의 기초 · LC3000 컨트롤러 × 미쓰비시 Q시리즈 연동 사례

먼저 결론부터. 레이저 마킹기와 PLC의 연동은 두 갈래로 나눈다 — 마킹 내용(데이터)은 이더넷(TCP)으로, START/END 타이밍 신호는 구리선 하드와이어로. 그리고 하드와이어 결선은 양쪽 극성(NPN/PNP)이 맞으면 릴레이 없이 직결하는 것이 정석이다. 이 글은 실제 연동 사례로 그 원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본 기술 칼럼이다.

1. 서로 다른 두 장비를 한 팀으로 만드는 일

자동화 라인에 레이저 마킹기를 투입하는 순간, 엔지니어에게는 한 가지 숙제가 생긴다. 서로 다른 회사가 만든 두 장비, 즉 PLC와 레이저 컨트롤러를 한 팀처럼 손발 맞추게 하는 일이다.

PLC는 라인의 지휘자다. 컨베이어를 움직이고, 제품이 도착했는지 확인하고, 각 공정에 "지금 시작해"라고 지시한다. 레이저 마킹기는 그 지시를 받아 제품에 시리얼 번호나 제조일자를 새기는 연주자다. 문제는 이 둘이 태생부터 다른 언어를 쓴다는 것. 이번 칼럼에서는 중국산 LC3000 레이저 컨트롤러와 미쓰비시 Q시리즈 PLC의 실제 연동 사례를 통해, 산업 현장에서 두 장비가 신호를 주고받는 원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본다. (레이저를 라인에 통째로 넣는 자동화 셀 구성은 레이저 용접 자동화 셀 글에서 따로 다뤘다.)

2. 신호는 두 갈래로 나눈다 — 이더넷과 하드와이어

설계에서 가장 먼저 내린 결정은 "신호의 성격에 따라 길을 나눈다"는 것이었다.

레이저 마킹에는 두 종류의 정보가 오간다. 하나는 "무엇을 새길 것인가"라는 데이터다. 시리얼 번호, 날짜, 로트 번호 같은 내용물이다. 다른 하나는 "언제 시작하고, 언제 끝났는가"라는 타이밍 신호다.

데이터는 이더넷으로 보낸다. LC3000은 TCP 포트 8050에서 명령을 기다리는 서버로 동작하고, PLC가 클라이언트로 접속해 seta 명령으로 마킹 내용을 전송한다. 데이터는 양이 많고 형식이 자유로워야 하니 네트워크 통신이 적합하다. 대신 이더넷에는 약점이 있다. 응답 시간이 10ms에서 길게는 수백 ms까지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타이밍 신호는 이 지연을 용납할 수 없다. 컨베이어 위 제품이 마킹 위치에 도착한 '그 순간' 레이저가 발사되어야 하고, 마킹이 끝난 '그 순간' 다음 공정이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START와 END 신호는 구리선으로 직결하는 하드와이어 방식을 쓴다. 하드와이어의 응답 속도는 1ms 미만, 사실상 전기가 선을 타고 흐르는 속도 그대로다.

내용은 이더넷으로, 타이밍은 전선으로.

이것이 산업 현장에서 오랫동안 검증된 하이브리드 구성이다. 이번 사례의 역할 분담은 다음과 같다.

구분이더넷 (TCP 8050)하드와이어 I/O
역할마킹 데이터 전송 (내용물)START / END 신호 (타이밍)
응답 속도10~수백 ms (가변)1ms 미만 (즉시)
사용 포트이더넷 포트 (RJ45)PL15 (START) / PL17 (END)
주요 명령load(파일), seta(변수 데이터)전압 레벨 신호 (ON/OFF)

3. NPN과 PNP — 전류가 흐르는 '방향'의 문제

하드와이어 결선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있다. NPN이냐 PNP냐 하는 극성 문제다. 용어는 어렵게 들리지만 원리는 단순하다. 센서든 PLC든, 전기 신호를 보낸다는 건 결국 "전류를 흘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전류를 흘리는 방법이 두 가지다.

NPN 방식(싱크, Sink)은 '배수구를 여는' 방식이다. 신호가 ON 되면 출력 단자를 0V(GND) 쪽으로 끌어내린다. 전류는 상대 기기에서 나와 내 쪽으로 빨려 들어온다. 그래서 싱크(sink, 흡수)라고 부른다.

PNP 방식(소스, Source)은 '수도꼭지를 트는' 방식이다. 신호가 ON 되면 출력 단자에서 +24V를 밀어낸다. 전류가 내 쪽에서 나가 상대 기기로 흘러 들어간다. 그래서 소스(source, 공급)라고 부른다.

같은 "ON"이라도 한쪽은 전압을 0V로 낮추고, 다른 쪽은 +24V로 높인다. 정반대다. 그래서 신호를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의 방식이 서로 맞지 않으면 신호가 아예 전달되지 않는다.

구분NPN (싱크)PNP (소스)
ON일 때 출력단자를 0V로 끌어내림단자에 +24V를 내보냄
전류 방향상대 기기 → 내 쪽 (흡수)내 쪽 → 상대 기기 (공급)
비유배수구를 연다수도꼭지를 튼다
주력 지역한국·일본·중국 (아시아 표준)유럽 표준
해당 모듈QY40P/QY41P(출력), QX40/QX41(입력)QY80/QY81P(출력), QX80/QX81(입력)

지역별 표준이 다른 것도 실무에서 중요한 배경지식이다. 중국산 레이저 장비인 LC3000이 "NPN 전용"으로 설계된 것도, 국내 표준 구성의 미쓰비시 PLC(싱크 출력·플러스코먼 입력)와 궁합이 잘 맞는 것도 모두 아시아권 NPN 표준 덕분이다. 반대로 유럽산 장비를 국내 라인에 붙일 때 극성 문제가 자주 터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4. 릴레이는 '극성 통역사' — 필요한 경우와 불필요한 경우

이제 릴레이 이야기를 할 차례다. 결론부터 말하면 릴레이는 극성 통역사다. 두 장비의 극성이 맞으면 통역사가 필요 없고, 어긋나면 필요하다. "혹시 모르니 릴레이를 넣자"는 막연한 습관보다, 극성을 확인하고 직결하는 것이 정석이다.

릴레이 불필요 (직결 OK)릴레이 필요
PLC 싱크 출력(QY40P/41P) → NPN 입력 장비. 둘 다 '끌어내리는' 방식이라 동작이 동일① 극성 불일치: PLC가 소스(PNP) 출력인데 상대가 NPN 입력 전용일 때 (예: QY80/81P 사용 현장)
NPN 출력 장비 → PLC 플러스코먼 입력(QX40/41). 입력 단자가 0V로 떨어지면 ON 되는 구조라 정확히 일치② 전압 레벨 차이: 한쪽은 12V, 한쪽은 24V 계통일 때 직결하면 오동작·소손 위험
릴레이 출력 모듈(QY10 등) → 어느 쪽이든 OK. 기계식 접점은 극성이 없는 만능형③ 전기적 절연 목적: 서로 다른 전원 계통의 그라운드를 섞고 싶지 않을 때, 노이즈가 극심한 환경
이번 사례: QY41P→PL15, CTL_IO0→QX41 모두 극성 일치로 직결④ 접점 용량 부족: 출력 허용 전류보다 부하가 클 때 릴레이로 증폭

릴레이를 쓰는 대가도 알아야 한다. 기계식 릴레이는 접점이 붙는 데 약 10ms 안팎이 걸리고, 접점 수명도 부하 조건에 따라 수십만~수백만 회로 유한하다. 하루 1만 개를 마킹하는 라인이라면 접점 수명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온다. 극성만 맞는다면 직결이 더 빠르고, 더 오래가고, 고장 포인트도 하나 적다. 릴레이는 필요할 때만 쓰는 부품이지, 보험처럼 끼워 넣는 부품이 아니다.

5. START 신호의 여정 — PLC에서 레이저로

이번 사례에서 START 신호는 LC3000의 PL15 포트로 들어간다. PL15는 원래 광전 센서(중국 문서 표기로는 電眼, 전자 눈)를 연결하는 자리다. 컨베이어에서 제품이 지나가면 센서가 감지해 자동으로 마킹을 시작하는 용도인데, 여기에 센서 대신 PLC 출력을 연결한다. PLC가 곧 '전자 눈'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판단 주체가 센서에서 PLC 프로그램으로 바뀔 뿐, LC3000 입장에서는 똑같은 트리거 입력이다.

결선은 단 두 가닥이다.

PLC 출력모듈 QY41P                LC3000 PL15 (GX16-3)
  Y0  ──────────────────────────►  Pin2 (TRIGGER)
  COM ──────────────────────────►  Pin3 (GND)

QY41P 같은 싱크 출력 모듈이라면 Y0이 ON 되는 순간 TRIGGER 핀이 0V로 끌려 내려가고, LC3000은 이를 감지해 마킹을 시작한다. NPN 센서가 물체를 감지했을 때와 전기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상황이다. 그래서 릴레이 없이 직결이 가능하다. 이때 전류의 순환 경로는 LC3000 내부 전원에서 풀업 저항을 지나 TRIGGER 핀으로 나온 뒤, PLC의 Y0과 COM을 거쳐 GND 배선을 타고 LC3000으로 되돌아간다. GND선(Pin3-COM)을 반드시 연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호선 한 가닥만 연결하면 전류가 돌아갈 길이 없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6. END 신호의 귀환 — 레이저에서 PLC로

마킹이 끝났다는 소식은 PL17 확장포트를 타고 돌아온다. PL17에는 CTL_IO0부터 IO4까지 다섯 개의 범용 입출력 핀이 있고, 소프트웨어에서 각 핀의 방향(입력/출력)과 기능을 지정할 수 있다. 이 중 첫 번째인 CTL_IO0(Pin2)을 '출력 + 마킹 완료' 기능으로 설정했다.

결선 역시 두 가닥이다.

LC3000 PL17 (GX16-10)             PLC 입력모듈 QX41
  Pin2 (CTL_IO0) ───────────────►  X0
  Pin7 (GND)     ───────────────►  COM

CTL_IO0은 NPN 오픈콜렉터 출력(최대 500mA)이다. 평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마킹이 끝나면 내부 트랜지스터가 도통하면서 신호선을 0V로 끌어내린다. PLC의 플러스코먼 입력(QX41)은 입력 단자가 0V로 떨어지는 것을 "ON"으로 읽는다. 역시 극성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므로 릴레이 없이 직결이다.

여담 하나. PL17의 IO3와 IO4는 제2 엔코더 입력을 겸하는 핀이다. 나중에 엔코더를 쓸 가능성이 있다면 이 두 핀은 비워두는 것이 좋다. END 신호를 IO0에 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7. 한 사이클의 전체 흐름

이제 퍼즐을 맞춰보자. 제품 하나가 마킹되는 전체 과정이다.

단계경로동작
이더넷PLC가 seta 명령으로 이번에 새길 내용 전송 (v1=시리얼, v2=날짜). LC3000이 seta:1로 응답하면 데이터 준비 완료
하드와이어제품이 마킹 위치 도착 → PLC가 Y0 ON → PL15 TRIGGER가 0V로 하강 → 레이저 발사
(마킹 중)수백 ms~수십 초. 갈바노 미러가 움직이며 문자를 새김
하드와이어마킹 완료 → CTL_IO0 도통 → PLC X0 ON → PLC가 다음 제품 투입
반복①로 복귀. 파일 변경이 없다면 seta로 변수만 갱신하며 연속 마킹

핵심은 시간의 배분이다. 데이터는 미리,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이더넷으로 보내둔다. 방아쇠는 정확한 순간에 전선으로 당긴다. 이 역할 분담이 전체 시스템의 안정성을 만든다. 이더넷이 잠깐 버벅여도 마킹 타이밍은 흔들리지 않고, 하드와이어 신호는 데이터 내용을 알 필요가 없다. 이렇게 넘어온 시리얼·날짜가 실제 부품 위에 어떻게 새겨지는지는 시리얼넘버 레이저 각인 글에 정리해 두었다.

8. 현장 엔지니어를 위한 네 가지 조언

첫째, 결선 전에 모듈 형번부터 확인하라. PLC 출력 모듈 전면의 형번이 QY40P/QY41P(싱크)인지 QY80/QY81P(소스)인지에 따라 릴레이 유무가 갈린다. 국내 표준 구성은 대부분 싱크지만, '대부분'이라는 말에 현장이 발목 잡힌다. 형번 확인은 30초, 잘못된 결선의 대가는 반나절이다.

둘째, PLC 프로그램을 짜기 전에 수동 테스트를 하라. PC에서 TCP 클라이언트 툴(Hercules 등)로 8050 포트에 직접 명령을 보내 응답을 확인하고, START는 트리거선을 GND에 살짝 터치하는 것만으로 동작을 검증할 수 있다. 래더 프로그램과 결선 문제를 분리해서 디버깅하는 것이 시간을 아끼는 길이다.

셋째, 실드 케이블과 편측 접지. 레이저 장비 주변은 노이즈가 많다. 신호선은 실드 케이블을 쓰고, 실드는 PLC 쪽 한 곳만 접지한다. 양쪽을 모두 접지하면 접지 루프를 타고 오히려 노이즈가 유입된다.

넷째, 타임아웃을 반드시 넣어라. END 신호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30~60초 타이머를 걸고 초과 시 알람을 울리는 로직이 무인 운전의 보험이다. 신호가 '오면' 움직이는 프로그램은 누구나 짜지만, '안 오면' 어떻게 할지 정해둔 프로그램이 현장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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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레이저 마킹기 PLC 연동, PLC 레이저 연동, NPN PNP 차이, 릴레이 결선, LC3000, 미쓰비시 Q시리즈, 마킹 자동화, 레이져 마킹기, 자동화 라인 신호, 레이저 마킹 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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